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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마스터 북텐더 노명우입니다. 
처음으로 제 책으로 니은서점에서 여러분과 만나고자 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10년이 지났습니다. 우리 사회는 안녕한가요? 안녕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말 뿐이었던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이 아닌지 반성하면서 책을 썼습니다. 책 제목은 외우지 쉽지 않을 정도로 다소 깁니다. 하지만 이 제목만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우리의 고민을 잘 표현해주는 문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2024년 4월 16일을 앞두고 있는 2014년 4월 11일 저녁 7시 니은서점에서 여러분과 이 질문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그 책에 쓴 서문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안산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서울역에서 탔더니 운 좋게도 좌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의 사소한 행운을 만끽하고 있는데, 옆 좌석에 덩치가 아주 큰 청년이 앉더니 피곤했는지 곧 잠에 들었습니다. 잠든 청년의 몸은 제 쪽으로 자꾸 기울었습니다. 곤히 잠들었기에 자세를 바꿔 달라고 깨우기도 그래서 그냥 있었더니, 제 팔이 우람한 덩치의 어깨에 눌려 저렸습니다. 짜증이 났습니다. 자리 확보라는 작은 행운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은 길지 않았던 것이지요. 붐비는 지하철에서 용케 앉을 자리를 얻은 오늘의 행운은 이렇게 끝나나 보다 생각하며 지하철 안 승객들을 살펴봤습니다.

지하철에 오른 사람은 각자 어딘가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한 정거장도 지나지 않아 자리를 얻지만, 어떤 사람은 하필이면 목적지가 같은 사람 앞을 선택한 나머지 내내 서서 가기도 하더군요. 작은 행운과 불행이 교차하는 광경을 보면서 삶이란 본래 이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길을 걷다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발부리가 걸려 넘어지는 작은 불행 정도는 지하철에 타자마자 자리를 확보하는 작은 행운으로 잊으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서로 ‘안녕’을 물으며 인사를 나눕니다. ‘안녕’이란 로또에 당첨될 정도의 굉장한 행운도 없고, 삶이 송두리째 붕괴하는 참사에 휘말리지도 않으면서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날들의 연속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누가 제게 “안녕하세요?”라고 물으면 “안녕합니다.”라고 답합니다. 별일은 없었으니 ‘안녕’한 것이죠. 안산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던 행상도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건네며 1개 100원짜리 인삼파스를 팔았습니다.

고잔역에서 내렸습니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찾아갔습니다. 기억교실에 들어서며 아이들에게 어떤 인사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습니다. “안녕하세요.”는 아주 잘못 선택된 인사말임이 분명했습니다. 겨우 “이제야 왔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건네고 기억교실을 하나하나 찾아갔습니다. 복도를 걸으며 지하철 좌석 타령이나 하는 일상의 ‘안녕’에나 신경 쓰고 살면서 10년 전 “잊지 않겠습니다.” 다짐했던 마음을 잊은 건 아닌지 자문했습니다. 기억교실을 떠나며 “잘 있어.”라고 인사하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그날의 “잊지 않겠습니다.”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단원고등학교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낯선 사람이 단원고등학교 주변에서 서성이며 구경하는 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거쳐 ‘4.16 기억저장소’를 찾다가 길을 잃었는데 눈앞에 단원고등학교가 보였습니다. 단원고등학교 앞엔 마침 하교 시간인 듯 교복을 입고 거리를 오가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교문 입구에 걸린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쓰여 있고 그 옆에 학부모 이○○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기억을 통해 깨닫지 않으면, 기억을 통해 반성하고, 기억을 통해 사과를 요구하고, 기억을 통해 되풀이되는 재난에 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 영영 서로의 ‘안녕’을 차마 묻지 못하며 살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안산에서 묻지 못했던 ‘안녕’을 사회에 물었습니다. 당신과 내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언제나 ‘안녕'할까요? ‘안녕’하지 못한 사람을 품고 있으면서도 ‘안녕'을 돌보지 않는 사회가 어찌 ‘안녕'할 수 있는지 끈질기게 사회에게 묻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안녕’하지 못한 우리 시대의 사태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봅니다. 그 사정을 누군가는 기록해야 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되풀이되는 ‘안녕하지 못함’의 궁극적인 원인을 분석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던 그날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다시는 ‘안녕’하지 않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녕’하지 못했던 과거를 기억하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책을 쓰는 동안 기억을 과거를 향하는 듯 보여도 기억의 시제는 미래여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미래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던 과거와 단절할 때 비로소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그날을 생각하며, 사회가 ‘안녕’하여 이 책의 쓸모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내일을 여러분과 함께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날을 위해 미래 세대와 이 책을 함께 읽고 완전히 달라진, 밝은 미래로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습니다. 다 함께 그 미래를 향해 걸어갑시다. 여러분도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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